
[ESN엔터스타뉴스ㅣ로이정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시작부터 극심한 운영 부실과 행정 파행을 드러내며 국제 스포츠계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수년간 땀 흘려 대회를 준비한 각국 선수들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는커녕 기본적 휴식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생존 경쟁을 치르고 있다. '선진국 일본'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후진적인 민낯이 전 세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가장 심각한 곳은 선수촌이다. 조직위원회는 건설비 폭등과 재정 적자를 피하겠다는 명목으로 정식 선수촌 건립을 전면 취소했다. 대신 크루즈선과 비즈니스호텔, 컨테이너형 조립식 가설 숙소로 선수단을 쪼개 배정했다.
현장의 실태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가설 숙소는 캐리어 하나 제대로 펼치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하며, 2미터 안팎의 짧은 침대 탓에 장신 선수들은 다리를 접고 자야 하는 지경이다. 집중호우에 천장과 바닥에서 물이 새 선수들이 빗물을 퍼내거나 긴급 대피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해외 언론과 참가국 선수단 사이에서는 "선수촌이 아니라 피난민 수용소"라는 혹평이 터져 나왔다.
행정 난맥상도 선을 넘었다. 수용 인원 예측 실패로 숙소가 부족해지자 객실 배정 과정에서 남녀 선수를 한방에 배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책이 불거졌다.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과 카타르 대표팀을 태운 셔틀버스가 축구장이 아닌 야구장으로 이동해 경기 30분 전까지 도착하지 못하는가 하면, 남자 하키 경기장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대형 방송 사고까지 발생했다.
더욱이 공항에서는 관례를 깨고 각국 선수단의 국기 반입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선수촌 환영 행사에는 침략 역사의 상징인 도요토미 히데요시 분장극을 선보여 외교적 결례를 자초했다.
이러한 파행 속에서도 일본이 무리하게 대회를 강행한 이유는 명확하다. 대회를 취소할 경우 감당해야 할 천문학적인 위약금과 손해배상 책임, '경제 대국이 국제 대회를 반납했다'는 국가적 위신 추락, 그리고 지자체의 정치적 매몰 비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도쿄 올림픽의 막대한 적자 트라우마에 갇힌 일본 지자체는 '적자만 안 나면 그만'이라는 극단적인 가성비 계산만 앞세웠다.
스포츠 축제의 주인공이어야 할 선수들의 컨디션과 존엄은 뒤로 밀려났고, 그 자리에는 비용 절감과 행정 편의주의만 남았다. 과거 도쿄 올림픽의 골판지 침대 논란에 이어 이번 나고야의 컨테이너 숙소 사태까지, 일본이 보여준 극단적 실용주의와 관료적 무능은 ‘오모테나시(환대)’라는 국가 브랜드를 완전히 파괴하며 국제적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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