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급을 다짐했던 국토교통부 정책은 현재 ‘닥치고 공급(닥공)’이라는 구호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각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최우선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토지 확보 지연, 인허가 절차의 장기간 소요, 공사비 인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위축, 금융 및 세제 규제 등 다층적인 ‘5대 장벽’이 공급 전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에 현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 서울에서 인허가받은 총 18만3,055가구 중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 물량은 9만1,490가구에 불과하여 인허가와 착공 간 격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의 경우 통상 인허가 후 착공까지 3년 정도 걸리지만, 착공이 지연됨에 따라 주택 공급 효과가 지연되고 입주 절벽 현상과 주거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주택 공급, 인허가와 금융 규제에 막혀 절반으로 감소
특히 올해 5월까지 서울 내 주택 준공 물량이 전년 대비 41.6% 감소하며 입주 가능한 주택 수가 급감했다. 이는 매매 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PF 대출 위축으로 신규 공급이 늦어져 기존 임차인들이 대거 눌러 앉는 현상이 전셋값과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토지 거래 허가제와 대출 규제 역시 도심 내 임대 시장의 공급 여력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급 구조 문제를 시장 자생력을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 지원과 도시 규제 완화를 포함한 종합적 해결책 마련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원대 전상택 교수는 “인허가와 착공 물량의 불균형이 심각하며, 생산적 금융과 규제 완화, 공급 주체 다양화가 시급 하다”고 강조한다.

‘닥공’ 정책에도 공급 난항 지속…도시계획·금융·착공·분양·거래 모두 ‘빨간불’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 의지를 나타내는 ‘닥공’이라는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체감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주택 공급의 여러 단계별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토지 확보, 인허가, 사업성 평가, 자금 조달, 착공 등 각 과정에서 규제와 절차가 공급을 저해하는 복합적 난관이 산재해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첫째, 인허가 절차에서는 아직도 1962년 도시 계획법을 기반으로 한 낡은 용도지역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상업지역 내 비주거시설 비율 의무 규정 등이 사업성을 저하시키고, 주차장 기준과 자치단체별 행정심의 차이, 민원 증가가 불확실성을 키운다. ‘한국형 복합용도구역’ 도입과 일관된 심의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금융당국의 ‘부동산-금융 선을 긋기’ 정책으로 PF 익스포저가 크게 축소되며 자금 경색을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준화된 사업성 평가체계와 일관성 있는 PF 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금융 리스크 완화와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셋째, 착공 단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공사 시작을 못하는 곳이 70여 곳에 달할 정도로 정체가 심각하다. 과도한 임대주택 공급 의무와 공공기여 요구,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분쟁 등이 사업성을 위축시키는 원인이다. 공사비 분쟁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넷째, 분양 단계에서는 비아파트 공급이 급감하며 1인 가구와 사회초년생 주거 사다리가 좁아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의 비주택 매입 감소가 주요 배경으로, 민간 임대 생태계 회복이 서울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거래 제한과 금융 환경 변동이 주택시장 순환 저해해
마지막으로 거래 측면에서는 실거주 의무 강화와 토지거래허가제 등 직접적인 거래 규제가 기존 주택의 시장 유통을 막으면서 순환 구조를 붕괴시키고 있다. 이동윤 안양 자이중앙부동산 대표는 “공급 수치만을 강조하는 대신, 다주택자 거래세 완화 등 다양한 정책 병행으로 기존 주택의 원활한 시장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주택시장 공급은 단순한 물량 부족이 아니라 복합적 규제와 제도적 한계가 얽힌 생태계 문제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낡은 도시계획 제도 개혁, 금융 지원체계 개선, 착공 장벽 해소, 다양하고 안정적인 임대 공급 기반 마련, 그리고 거래 규제 완화 등이 유기적으로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닥공’이라는 구호만 되풀이되는 공급 난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