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AI 라이브커머스가 대형 플랫폼의 실험을 넘어 상점 운영 도구로 확산하면서 한국 제조기업의 중국시장 진출 방식에도 변화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핵심은 AI를 인간 쇼호스트의 대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제품 설명과 콘텐츠 제작, 고객 접점을 연결하는 판매 운영 도구로 활용하는 데 있다.
제조기업의 영업은 오랫동안 사람이 중심이었다. 영업 담당자가 제품을 설명하고 바이어를 만나고, 전시회에 참가하고, 제품 카탈로그를 전달한다.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혀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품 사진과 설명을 만들고 광고를 집행한 뒤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AI 쇼호스트의 등장은 이 과정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다. 제품 정보를 한 번 정리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반복적인 설명과 콘텐츠 제작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이 방식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과 상점 운영에 접목되고 있다.

‘방송 한 번’에서 ‘상시 판매 접점’으로
기존 라이브커머스의 강점은 실시간성이다. 그러나 실시간이라는 장점은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사람이 방송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AI 디지털 휴먼은 이 문제에 다른 접근법을 제시한다. 사람이 방송하지 않는 시간에 AI가 제품을 설명하면 판매 접점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상품 정보와 자주 묻는 질문, 재고·가격 등 운영 데이터가 연결되면 단순한 영상 방송을 넘어 판매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업무를 AI가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가격 협상이나 복잡한 클레임, 거래 조건 협의, 기술적인 문의처럼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현실적인 모델은 인간+AI 혼합 운영에 가깝다. 더우인에서 ‘AI 콘텐츠’와 ‘판매’의 경계도 좁아진다. 중국의 AI 기술 발전은 방송 화면 자체를 만드는 영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트댄스(字节跳动) 계열 연구진이 2026년 공개한 FlowAct-R1 연구는 실시간 상호작용을 위한 인간형 영상 생성 기술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480p 해상도에서 초당 25프레임 영상을 생성하고 첫 화면까지 약 1.5초가 걸리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다만 이 연구 결과를 곧바로 더우인에서 24시간 상용 AI 쇼호스트가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실시간 인간형 영상 생성 기술에 관한 연구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향하는 방향이다. 과거에는 미리 제작한 디지털 휴먼 영상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시청자의 질문이나 방송 상황에 따라 영상과 응답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방식이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제조기업에도 의미가 있다. 제품마다 다른 설명을 만들어야 하고 국가별 언어와 소비자 질문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조기업에는 ‘중국어 방송’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 제조기업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단순한 번역이 아니다. 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설명해야 한다.
제품의 특징을 중국 소비자의 관심사에 맞게 정리하고, 플랫폼의 콘텐츠 형식에 맞춰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 또 소비자의 질문에 대응하고 판매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중국어로 번역된 광고 하나가 아니다. 제품 정보→콘텐츠→플랫폼→고객 응대→판매 데이터가 이어지는 구조다. AI 쇼호스트는 이 가운데 콘텐츠와 고객 접점의 일부를 자동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 때문에 제조기업이 AI 쇼호스트를 검토할 때도 ‘얼마나 사람처럼 보이는가’보다 ‘우리 제품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가 보는 중국 판매의 방식
이 같은 중국시장 변화와 관련해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는 국내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과 미디어·커머스를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는 AI 콘텐츠 제작과 디지털 마케팅, 미디어 커머스, 중국시장 진출 지원 등을 사업 영역으로 두고 있다.
중국 미디어·콘텐츠·커머스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과 상품의 중국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 회사의 홈페이지 구축 기획 자료에는 중국 플랫폼을 활용한 왕홍 판로와 중국 유통·커머스,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 지원 등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AI 콘텐츠 제작 역량을 결합하면 제조기업이 가진 제품 정보를 중국 소비자용 콘텐츠로 전환하고 AI 디지털 휴먼을 활용해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운영 모델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AI 쇼호스트 운영 범위와 플랫폼별 서비스 조건, 비용, 실제 판매 성과는 기업별 계약과 운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제조기업이 서비스를 도입할 때는 ‘24시간 방송’이라는 기능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판매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제조기업이 검토할 4가지
첫째는 제품 데이터 정리다. 제품명과 사양만으로는 AI가 좋은 판매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 주요 기능과 사용법, 차별점, 주의사항, 자주 묻는 질문 등을 구조화해야 한다.
둘째는 중국 플랫폼별 콘텐츠 전략이다. 더우인과 타오바오, 징둥, 메이퇀 등은 이용 방식과 판매 구조가 서로 다르다. 하나의 영상을 모든 플랫폼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보다 플랫폼 특성에 맞게 콘텐츠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인간과 AI의 업무 분담이다. AI는 반복적인 상품 설명과 기본적인 문의 대응에 활용하고, 가격 협상이나 기술 상담, 복잡한 고객 문제는 사람이 맡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넷째는 성과 측정이다. AI 방송의 가치는 방송 횟수 자체에 있지 않다. 시청자 수, 체류시간, 문의, 클릭, 장바구니, 구매와 같은 단계별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
기업이 제시하는 GMV나 비용 절감 수치도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해야 한다.
24시간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
AI 쇼호스트를 설명할 때 ‘24시간’이라는 숫자는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24시간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판매할 제품이 있고 소비자가 있으며, 제품을 설명할 콘텐츠가 있고, 실제 거래를 처리할 유통 구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AI 방송은 이 구조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 판매 구조에서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업무를 줄이고 소비자와 만나는 시간을 늘리는 도구에 가깝다.
중국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도 여기에 있다. AI 쇼호스트가 인간 쇼호스트를 모두 밀어내는 시대가 곧바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담당하던 판매 업무의 일부가 AI로 분리되고 있다.
사람은 더 복잡한 일을 맡고 AI는 반복적인 일을 맡는다. 이런 변화가 계속된다면 라이브커머스의 경쟁력도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제조기업에 필요한 것은 ‘AI 방송 한 편’이 아니다. 한국 제조기업이 중국 AI 쇼호스트를 활용하려 한다면 목표를 ‘AI 방송 제작’에만 둘 필요는 없다. 제품 정보를 정리하고 중국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플랫폼에 배포하고, AI가 반복적으로 상품을 설명하도록 한 뒤 사람이 필요한 상담과 거래를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가 제시하는 사업 방향도 이러한 미디어와 커머스의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특정 기업의 서비스를 선택할 때는 실제 제공 범위, 중국 현지 플랫폼 계정 및 운영 권한, 콘텐츠 제작 범위, 방송 시간, 고객 응대 방식, 판매 데이터 제공 여부와 비용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AI는 판매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하루 일정 시간만 할 수 있었던 제품 설명과 콘텐츠 노출을 더 긴 시간으로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는 있다. 결국 중국 AI 쇼호스트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AI가 사람을 대신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제품을 하루 몇 시간 동안 소비자에게 설명할 것인가’다.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에서 시작하지만 판매는 제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중국 시장에서 제품을 계속 설명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유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 역시 앞으로의 해외시장 전략에서 검토할 과제가 될 수 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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