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서구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임영은 원장 |
사람이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의 몸 상태를 이해하고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며, 위급한 순간에는 손을 내밀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양보호사에게 자격증은 새로운 시작점에 가깝다.
대전 서구에 자리한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은 그 시작을 돕는 곳이다. 하지만 임영은 원장이 13년 동안 만난 교육생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곳의 교육이 단순히 시험 합격을 위한 과정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취업을 위해 찾아온 사람부터 부모와 배우자를 돌보기 위해 자격증을 준비한 사람까지 이유도 다양했다. 80대에 배우자를 위해 교육원 문을 두드린 교육생도 있었고, 교육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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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은 원장 역시 처음부터 이 길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아이를 낳고 우연히 요양보호사 교육원의 행정업무를 시작한 것이 출발이었다.
“처음부터 교육원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행정업무로 시작했는데 정직원이 됐고, 한 곳에서 오래 일하면서 교육원의 전반적인 일을 배우게 됐어요.”
행정에서 시작해 교육과 운영을 경험하며 수많은 교육생을 만난 그는 2019년 자신의 이름으로 교육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3년 동안 임 원장이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다.
▲ 사진 =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
“요양보호사는 어르신과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입니다”
임 원장이 생각하는 요양보호사의 의미는 분명하다.
“어르신과 가장 먼저 만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직접적으로 케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인성 질환이나 돌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죠.”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식사와 이동, 위생 등을 돕고 일상을 함께한다. 단순한 생활지원 이상의 역할인 만큼 전문성이 중요하다.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은 국가 지정 교육기관으로 이론·실기 240시간과 현장실습 80시간, 총 320시간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임 원장은 특히 현장실습을 통해 실제 업무를 경험하고 자신의 적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특별한 학력이나 연령 제한 없이 취업은 물론 가족 돌봄을 위해서도 준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교육생도 찾아오며, 부모나 배우자를 직접 돌보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교육원에는 80대 교육생도 찾아온다. 임 원장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자격증은 아니다”라며, 가족을 돌보는 데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 =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
“시험에 합격하는 것, 그리고 그다음까지 생각합니다”
교육원 운영에서 임 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육생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교육 이후’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은 자체적인 평가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각 단원이 끝날 때마다 문제를 풀고 학습 수준을 점검하며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집에서도 반복적으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오셨다면 일단 합격하는 것이 첫 번째잖아요. 그래서 교육원에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계속 연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놓았어요.”
이러한 체계적인 학습 관리와 함께 응급상황에 대비한 실습도 진행한다.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등을 실제로 다뤄보면서 현장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대응 능력을 익히도록 한다.
취업을 원하는 교육생을 위한 지원도 이어진다. 교육원에서는 네이버 취업 밴드를 운영하며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 등 관련 구인 정보를 제공한다.
임 원장은 교육원이 수백 명의 교육생을 일대일로 직접 취업시키는 방식보다는 교육생 스스로 자신의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저희가 일자리를 대신 결정해주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보고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제가 피드백을 드리고요. 지금은 자격증만 따지만 몇 년 뒤 취업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그때도 활용할 수 있도록 취업 밴드를 계속 운영하고 있습니다.”
▲ 사진 =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
“80대의 교육생에게 손주를 향한 마음을 배웠습니다”
13년 동안 수많은 교육생을 만났지만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5~6년 전 교육원을 찾았던 80대 중반의 남성 교육생이다. 그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고 손떨림 증상도 있었다. 아내 역시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상태였다.
그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 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아내를 직접 돌보기 위해서였다.
교육과정은 쉽지 않았다. 긴 시간 앉아서 공부해야 했고 시험도 통과해야 했다. 임 원장은 과정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손주들에게 용돈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물론 아내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격증을 따서 아내를 돌보고 손주들에게 용돈도 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는 결국 한 번에 시험에 합격했다.
임 원장은 그때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자격증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취업의 수단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고 자신의 역할을 이어가며 삶의 작은 목표를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 사진 =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으로 나가는 출발점이 됩니다”
장애가 있는 교육생의 이야기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한 교육생은 수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 때 책상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내는 일도 있었다. 같은 반 교육생과 강사 모두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도왔고 교육원 실무진도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생을 세심하게 살폈다.
그리고 그는 결국 한 번에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하고 정말 많이 우셨어요. 나중에는 주간보호센터에도 취업하셨어요. 어느 날 작은 음료수 박스를 들고 와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때는 저도 참 마음이 뭉클했죠.”
교육의 결과가 자격증이라는 숫자로만 남지 않는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마음에 남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우울감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40대 교육생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준비했지만 처음에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다.
변화는 현장실습에서 시작됐다.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면서 교육생의 표정이 달라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은 것이다. 그는 결국 요양원에 취업했고 지금은 자신의 일을 좋아하며 근무하고 있다.
“교육을 받으러 왔을 때와 지금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어르신들에게 푹 빠지면서 오히려 본인의 삶에도 변화가 생긴 거죠.”
누군가에게는 직업을 배우는 시간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임 원장에게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 ▲ 사진 =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
“사람을 다시 세우는 일도 교육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원에서 장애인 교육생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같은 반 교육생과 강사 모두에게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은 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이러한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임 원장은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도 숨기지 않는다.
때로는 감정이 격해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경험이 있는 실무진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조율하고 교육생들 역시 서로 배려하며 과정을 이어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배움의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자격증 취득이라는 목표를 넘어 한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교육이 만들어내는 의미라고 임 원장은 생각한다.
![]() ▲ 사진 =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실습 도구들 |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좋아져야 돌봄의 미래도 좋아집니다”
현장에서 오래 일한 만큼 임 원장이 바라보는 업계의 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최근 요양보호사 교육기관들은 정부의 국비 지원 축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이전과 비교해 교육비 지원 규모가 크게 줄면서 교육생 모집에도 영향을 미쳤다.
“교육기관이 잘 운영되려면 결국 교육생이 있어야 하잖아요. 정부 지원이 예전처럼 조금 더 확대된다면 교육을 받으려는 분들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처우다.
요양보호사 교육을 마친 교육생들은 현장실습을 통해 실제 업무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취업을 포기한다. 일이 힘들어서만은 아니다. 업무 강도와 책임에 비해 급여와 근무환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받을 때는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다가 실습을 나가면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요. 현장을 보고 급여까지 확인하고 나면 다시 예전에 하던 일을 선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임 원장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요양보호사가 감당하는 업무에 걸맞은 보상과 현실적인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에게 보다 충분한 돌봄이 제공될 수 있도록 현장의 인력 구조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좋아져야 더 많은 사람이 이 일을 선택하고, 그만큼 어르신들에게 돌아가는 돌봄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사진 =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복지 용구 및 이동욕조 |
“10년 뒤에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임 원장은 현재의 교육원을 넘어 더 넓은 그림도 그리고 있다.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은 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 등 돌봄기관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 교육생들이 교육원에서 이론을 배우고 현장에서 실습하며 궁극적으로 실제 돌봄 현장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길게는 10년 정도를 보고 있어요. 일단 지금 교육원이 잘되는 것이 먼저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어르신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어요.”
그 마음의 뿌리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도 있다.
임 원장은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어르신들을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교육원을 찾아온 80대 이상의 교육생들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할 때면 유난히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어쩌면 그에게 요양보호사 교육은 직업을 가르치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연결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 사진 =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미래의 나와 가족을 위한 준비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 임 원장은 아직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반드시 취업을 위해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부모가 있고, 언젠가는 자신 역시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나이가 된다.
배우자가 아플 수도 있고 부모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질 수도 있다.
“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운전면허증처럼 생각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격증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취업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까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가족을 제대로 돌보는 능력은 조금 다른 문제다.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배우고, 노인성 질환을 이해하고, 상대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방법을 익히는 것. 그것 역시 가족을 위한 준비일 수 있다.
![]() ▲ 사진 =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
“한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돕는 일, 그것이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임영은 원장이 들려준 교육생들의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80대 남편은 아내를 위해 자격증을 공부했고, 장애가 있는 교육생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우울감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던 40대는 어르신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삶의 활기를 찾았다.
그들에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돌보는 방법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었다.
13년 동안 그 과정을 지켜본 임영은 원장이 교육생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령인구가 늘어날수록 요양보호사의 전문성과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교육과 취업을 연결하는 교육기관의 역할 역시 커지고 있다.
한 사람의 자격증 취득을 돕는 일에서 시작해 가족을 지키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임영은 원장이 현장에서 발견한 교육의 힘일 것이다.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의 교육과정과 자격증 취득 안내, 교육 일정 및 취업 관련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 네이버 취업 밴드 등 온라인 공식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전요양보호사교육원
대전 서구 월평로 65 7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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