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장례 문화의 변화 속도가 매섭다. 비용 부담 완화와 실용성을 이유로 접객실을 두지 않는 '무빈소 장례'와 직장(直葬)이 빠르게 퍼지며, 전통적인 '3일장 작별 공식'이 해체되고 있다.
형식과 허례허식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 변화의 그늘 아래서 묵묵히 흙을 일궈온 화훼농가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빈소와 접객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장례 절차의 축소를 넘어, 국내 절화 시장의 기둥 역할을 해오던 제단 장식과 근조화환 수요의 완전한 증발을 뜻하기 때문이다.

버팀목 잃은 백국(白菊) 농가, 벼랑 끝 현실
장례용 흰 국화는 계절성을 타는 축하용 꽃과 달리 연중 안정적인 물량을 책임지며 화훼농가의 든든한 밥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무빈소 장례의 확산은 농가에 치명적인 연쇄 타격을 입히고 있다.
판로 증발과 경매가 폭락: 화환을 세울 자리도, 제단을 꾸밀 영정도 생략되면서 국화 소비량이 급감했고, 이는 도매시장 경매가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비 상승과의 이중고: 면세유·전기세 등 시설 하우스 난방비와 비료대, 인건비는 매년 치솟는데 출하 가격은 곤두박질치며 "수확할수록 빚만 늘어난다"는 탄식이 현장에서 쏟아진다.
저가 수입 플라스틱 조화의 침식: 가뜩이나 좁아진 시장에 저가 수입 조화까지 잔존해 있어, 국산 생화를 정성스레 길러온 농민들의 설 자리를 더욱 좁히고 있다.

화훼산업과 농가를 위한 실질적 해법과 활로
무빈소 장례라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제는 농가와 산업 전체가 장례 문화 변화에 맞춘 능동적 체질 개선과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야 할 때다.
형식의 축소가 마음의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애도 문화와 화훼농가가 상생하는 대안 마련이 필요할때다.
장례의 형태가 간소해진다고 해서 고인을 향한 존경과 애도의 무게마저 가벼워질 수는 없다. 거대한 화환의 숲은 사라지더라도, 정성껏 피워낸 국화 한 송이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도록 장례 화훼 문화의 재정립과 농가 상생 방안이 시급하다.
[기고 : 한국IT산업뉴스 회장 김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