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사업 초기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절차 가운데 하나인 ‘조합설립’ 기간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해 온 일부 조합설립 절차를 구역지정 이전부터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면서다.
핵심은 간단하다. 앞 단계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행정절차를 시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동의가 충분히 확보된 사업장은 가능한 절차를 미리 준비하고 동시에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정비사업 조합설립 공정촉진 절차 개선안’을 배포하고 지난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구역지정 이후 조합설립까지 표준처리기한이 기존 365일에서 약 120일로 줄어들어 최대 245일가량 단축될 전망이다.
단순 계산으로 약 8개월의 시간을 앞당기는 셈이다.
정비사업에서는 한 단계의 행정절차가 늦어지면 다음 단계 역시 연쇄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선안은 단순한 행정처리 기간 단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 핵심은 ‘순차 처리’에서 ‘병행 처리’로
이번 개선안의 가장 큰 변화는 정비사업 초기 행정절차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최근 법률 개정과 규제철폐 142호 시행으로 정비구역 지정 전에도 추진위원회를 조기에 구성할 수 있게 된 제도적 여건을 활용해 조합설립 절차 전반을 손질했다.
특히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에서 이미 조합설립 동의요건인 75% 이상을 확보한 구역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이라도 정관 작성과 임원 선정 등 조합설립에 필요한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사가 상당 부분 확인된 지역에 대해서는 행정절차를 기계적으로 기다리게 하기보다 다음 단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 반드시 개별 절차 자체를 없애는 것만은 아니다.
필요한 절차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업무를 찾아 전체 사업기간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방법이다.
이번 개선안은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 365일에서 120일…어떻게 245일을 줄이나
자료에 첨부된 2쪽 ‘조합설립 공정촉진 절차 개선도’를 살펴보면 기존 방식과 개선 방식의 차이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존 표준절차에서는 정비계획 수립과 구역지정, 공공지원 보조금 지급, 주민 동의요건 달성, 정관 작성과 임원 선정, 추정분담금 심의·이의신청, 동의서 징구, 창립총회, 조합설립 등의 절차가 이어지면서 표준처리기한이 365일에 달했다.
개선안은 추진위원회를 조기에 구성하고, 추진위 구성 단계에서 동의율이 75% 이상인 경우 임원 선정과 정관 작성 등 조합설립 업무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줄이는 구조다.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있다.
구역지정 이후 60일 이상 걸렸던 추정분담금 통지 및 이의신청 기간을 주민공람과 동일한 30일로 줄이고 창립총회와 병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구역지정 이후 조합설립까지 표준처리기한을 365일에서 120일 수준으로 줄인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산이다.
즉 이번 정책은 특정 절차 하나를 대폭 축소하는 방식보다는, 기존에 각각 진행되던 업무 중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행정절차의 중복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 왜 ‘조합설립 속도’가 중요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설립은 단순히 조합이라는 조직 하나를 만드는 절차로만 보기 어렵다.
사업을 실제로 추진할 주체를 확립한다는 점에서 정비사업 초기 단계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따라서 조합설립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줄이는 것은 이후 사업 추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서울시가 이번 개선안을 주택공급 정책과 직접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는 주민 동의율이 높고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한 지역의 행정절차를 단축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이를 2031년까지 31만호 공급 목표 달성과 연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완성되지 않는다.
정비계획 수립에서 구역지정, 조합설립, 사업시행과 관리처분 등 여러 단계를 실제로 통과해야 공급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사업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병목을 얼마나 해소하느냐가 중요하다.
■ 동의율 높은 사업장에는 상당한 ‘시간 인센티브’
이번 제도는 모든 정비사업장의 속도를 일률적으로 높이는 정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핵심 조건 가운데 하나가 주민 동의율이기 때문이다.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에서 조합설립에 필요한 75% 이상의 동의가 이미 확보돼 있다면 조합설립 관련 업무를 앞당겨 병행할 수 있다.
결국 주민 사이에서 사업 추진에 대한 공감대가 일찍 형성된 구역일수록 제도 개선 효과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체감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행정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사업 추진 의사가 충분히 확인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동일한 시간표에 묶기보다 주민 동의가 확보된 지역에는 절차 병행이라는 방식으로 **‘시간상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민 간 의견 차이가 크거나 동의율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이번 제도만으로 사업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정비사업 지연의 원인은 행정절차뿐 아니라 주민 갈등, 사업성, 분담금, 시공비, 이해관계 조정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정책의 효과를 현실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정비사업은 결국 ‘사업성’…245일 단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이번 개선안으로 행정적인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조합설립 기간 245일 단축이 곧 전체 재개발·재건축 사업기간 245일 단축을 의미한다고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 자료에서 제시한 365일→120일은 구역지정 이후 조합설립까지의 표준처리기한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후에도 정비사업에는 별도의 사업 절차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주민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업성이다.
예상 분담금이 얼마나 되는지, 향후 사업비가 어떻게 변할지, 정비계획상 용적률과 세대수는 어느 수준인지 등에 따라 주민 동의 속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행정절차 단축과 함께 사업 초기 단계에서 주민들이 사업성과 비용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 ‘추정분담금’ 절차 단축…속도와 주민 판단권 함께 살펴야
특히 이번 개선안 가운데 부동산 소유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추정분담금 통지와 이의신청 절차다.
서울시는 기존 구역지정 이후 60일 이상 걸리던 관련 기간을 주민공람과 동일한 30일로 줄이고 창립총회와 병행하도록 했다.
전체 사업기간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추정분담금은 토지등소유자가 사업 참여 여부와 향후 경제적 부담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현장 적용 과정에서는 ‘신속성’과 ‘충분한 정보 제공’이 동시에 확보되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절차를 빨리 진행하면서도 주민들이 예상되는 경제적 부담을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보장돼야 정책의 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이번 보도자료에서 별도로 제시한 정책 내용이라기보다는, 제도의 현장 적용 과정에서 TJ뉴스가 향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 정비사업 속도전,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개선안은 서울시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주택공급 확대 정책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신규 택지를 확보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과 달리 서울처럼 이미 고밀도로 개발된 대도시에서는 기존 노후 주거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이 주택공급의 중요한 축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비사업이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따라서 서울시 입장에서는 사업 후반부뿐 아니라 정비계획과 조합설립 등 초기 단계부터 기간을 줄여야 전체적인 공급 시점을 앞당길 여지가 생긴다.
이번 개선안도 이러한 맥락에서 ‘절차를 생략하는 규제완화’보다 ‘절차를 병행하는 시간 단축’에 무게를 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주민 동의가 이미 충분히 확보된 사업장이 행정절차 때문에 장기간 대기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면 정비사업의 예측 가능성도 일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서 정비사업의 가치는 단순히 ‘얼마나 빨라졌느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업성이 부족한 구역이나 주민 이해관계가 복잡한 지역에서는 행정절차를 단축하더라도 실제 사업 속도가 기대만큼 빨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 속도·주민 동의·사업성이라는 세 요소가 함께 움직여야 실질적인 주택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 25개 자치구 즉시 적용…정책 성패는 ‘현장’에서 결정
서울시는 이번 개선안을 서울 25개 자치구에 전파하고 현장에 곧바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이번 개선으로 구역지정 후 조합설립까지 걸리던 기간이 최대 365일에서 120일 수준으로 줄어든다”며 주민 동의율이 높은 구역의 행정절차를 과감하게 단축해 사업을 앞당기고 2031년까지 31만호 공급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주민들이 이미 사업 추진에 합의한 지역이라면 행정절차가 사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결국 비용과도 연결된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수록 각종 사업 여건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고 주민들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제도가 계획대로 정착한다면 주민 동의율이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합설립 단계의 체감 속도는 상당히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365일에서 120일’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사업장에서 그 단축 효과가 얼마나 나타나는지다.
자치구별 행정 처리 속도와 현장의 주민 갈등, 추정분담금에 대한 이견, 사업성 변화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이번 ‘조합설립 공정촉진 절차 개선안’이 단순한 행정처리 기간 단축을 넘어 실제 재개발·재건축 사업기간 단축과 주택공급 확대로 연결될 수 있을지 향후 현장 적용 결과가 주목된다.
카카오톡 기사제보 바로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