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1세대 1주택자는 세금 부담 측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보유세와 양도세 규제는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설계돼 1주택자는 보호 대상에 가까웠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가 주택을 줄이고 한 채에 집중하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이 부동산 시장에서 통용됐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세제 개편안으로 인해 단순히 주택 수만으로 세금 부담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거나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도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보유세 구조다. 1주택자가 장기 보유 시 받을 수 있었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액공제는 2027년부터 공제율이 줄어들고, 2028년부터는 거주하는 경우에만 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종부세 세율은 주택 가격 구간에 따라 차등 인상된다. 과세표준 6억원 이하(시세 32억원 이하)는 현행 세율이 유지되지만, 6억원 초과 12억원 이하(시세 32억~45억원) 구간은 1%에서 1.3%로, 12억원 초과 25억원 이하(시세 45억원 초과)는 1.3%에서 2027년 1.5%, 2028년 2%까지 상승한다. 이에 따라 다주택 여부와 무관하게 고가 주택 보유자라면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양도세 관련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점진적으로 축소된다. 현재 최대 40%까지 주어지던 공제율은 2027년까지만 유지되고, 2028년 20%, 2029년에는 0%로 줄어든다. 또한 장기거주소득공제에 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의 공제 한도가 신설된다. 이로 인해 고가 주택 양도 시 절세 혜택이 줄어들어 양도세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최대 80% 공제를 받아온 고가 주택 보유자는 세금 부담 증가에 따른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개편은 1주택자를 거주 여부와 주택 가격으로 세분화해 보유세부터 양도세까지 세금 부담을 강화한 첫 시도다. 과거에는 고령 1주택자가 증여나 상속 시점까지 버티는 전략을 주로 썼다. 장기보유 고령자에게 주어지던 세액공제 혜택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거주를 중심으로 공제율이 재편되고, 2027년 800만원, 2028년 600만원의 공제 한도가 도입되면서 보유 비용 부담이 커진다. 이에 현금 흐름이 부족한 은퇴 고령자는 매도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수밖에 없다.
거주 기간이 짧고 장기 보유 중인 고가 주택 보유자의 경우, 향후 새로 도입될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에 미치지 못하는 공제금액이 예상되면 실거주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 실거주 전환 시 종부세 인적공제 기준이 14억원으로 상향되고 거주 세액공제율과 양도세 장기거주소득공제율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의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85평 155억원, 61평 110억원 매물이 나와 있다. 정부는 최근 규제 대상을 기존 다주택자에서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전·월세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실거주 전환에 따라 기존 임차인이 살던 주택이 매물에서 빠지면서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밀려난 임차 수요가 신규 수요로 유입되면 전·월세 매물 감소 현상이 가속화된다. 보유세 부담 증가로 고가 주택 소유자가 월세를 선호할 경우 월세 비중이 늘어나 전세 매물 감소와 전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수도권은 전·월세 매물이 부족해 임대인이 우위를 점하는 시장이다. 고가 주택 보유자의 예상 보유비용 증가로 전·월세 가격 인상 움직임도 일부 나타날 수 있다.
보유세가 가격 구간을 기준으로 재편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요자 선호 지역도 변할 가능성이 크다. 과세표준 6억원(시세 약 32억원)과 12억원(시세 약 46억원) 구간에 심리적 저항선이 형성되면서, 현행 세율이 유지되는 6억원 이하 구간 내 강남 3구 일부와 한강변, 경기 남부 인기 지역이 절세 가능한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대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도 수요자의 부담 능력에 영향을 미쳐, 감당 가능한 ‘덜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수 있다.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갈아타기 주기도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 보유세 부담은 강화되지만,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 신설로 양도 시 절세 금액에 상한이 생겨 장기 보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고가 주택은 장기 보유와 실거주로 절세 효과가 컸고 매물 회전 주기가 길었으나 앞으로는 매물 출회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갈아탈 때마다 장기거주소득공제를 새로 받을 수 있어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선호 지역 수요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고가 1주택자에게 매도, 보유, 증여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비용과 실익을 따지도록 만들었다.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시장에서는 급매물을 기다리는 매수자와 신중을 기하는 매도자 간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