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바다나 계곡, 휴양지를 찾아 떠나는 것이 대표적인 여름 피서였다면 이제는 집 가까운 도서관과 복지관, 주민센터, 문화시설 등에서 시원하게 하루를 보내는 새로운 생활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쿨하데이(Cool-夏 Day)’다.
‘쿨하데이’는 영어 ‘Cool’과 여름을 의미하는 한자 ‘夏’, 그리고 ‘Day’를 결합한 표현으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고 건강하게 보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정한 하나의 제도나 전국 공통 사업을 뜻하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복지시설 등이 폭염 대응 프로그램이나 여름 문화행사에 활용하는 친근한 명칭으로 이해할 수 있다.
쿨하데이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폭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폭염은 단순히 불편한 날씨가 아니다. 고령자와 어린이, 장애인, 야외근로자 등에게는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생활재난이 될 수 있다. 냉방비 부담이 큰 가구에는 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여름철 시원한 공간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의 중요한 생활복지로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도서관은 대표적인 ‘도심 속 피서지’로 변신하고 있다.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에 냉방과 휴식, 문화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시민들이 비용 부담 없이 장시간 머물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도서관은 쿨(Cool)하데이!’와 같은 이름의 여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폭염을 피해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독서와 문화생활을 동시에 즐길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복지시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일부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쿨하(Cool-夏)데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과 가족,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여름나기 행사를 마련했다. 단순히 에어컨이 가동되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험과 놀이, 먹거리, 교류 프로그램 등을 결합함으로써 폭염 대응을 하나의 지역 공동체 문화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쿨하데이의 장점은 거창한 시설이나 대규모 예산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민센터의 작은 회의실이나 마을회관, 경로당, 작은도서관, 복지관, 대학, 종교시설, 카페 등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일정 시간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 냉수와 휴식 공간, 간단한 건강 확인, 독서나 영화 감상,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더한다면 주민들에게 훨씬 유용한 여름 쉼터가 될 수 있다.
특히 앞으로는 ‘무더위쉼터’의 개념을 더욱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무더위쉼터가 폭염을 피해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 쉬고, 배우고, 관계를 맺는 ‘생활형 쿨링센터’로 발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전에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건강관리와 온열질환 예방교육을 운영하고, 오후에는 어린이 독서·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저녁에는 직장인과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거나 작은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다. 폭염 대응과 문화·복지·교육을 연결하는 것이다.

지역 상권과 연계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 쿨링존을 마련하고 일정 시간 쉬어갈 수 있도록 한다면 폭염으로 감소하는 유동인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상점들이 식수 제공, 휴대전화 충전, 잠시 쉬어가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참여 매장을 안내한다면 ‘우리 동네 쿨하데이’ 같은 지역 캠페인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폭염을 개인이 알아서 견뎌야 하는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냉방이 잘되는 집과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폭염은 불편함에 그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가까운 곳에서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시원한 공간을 확대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복지정책이 될 수 있다.
쿨하데이는 이름 그대로 ‘시원한 하루’를 만드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폭염 대응, 건강, 복지, 문화, 지역공동체,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다양한 가치가 담길 수 있다.
이제 여름을 보내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무더위를 무조건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가진 공간과 자원을 함께 활용해 더위를 피하고,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즐기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인내가 아니라 더 촘촘한 사회적 배려일지도 모른다. 집 가까운 도서관과 복지관, 주민센터의 문을 활짝 열어 만드는 시원한 하루. ‘쿨하데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여름 풍경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