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이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주택 기혼가구가 처음 주택을 구입한 후 부채가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999년부터 2025년까지의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무주택 상태였던 기혼가구 1839가구를 분석했다. 이들은 결혼 후 평균 13.1년이 지난 시점에 주택을 매입했으며, 구매한 주택의 평균 가액은 2020년 물가 기준 2억4629만원이었다.
주택 구매 전 평균 금융자산은 2926만원이었지만 구입 직후 2204만원으로 24.7% 줄었다. 반면 부채는 3831만원에서 7846만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기존 임대보증금과 금융자산을 주택 구입에 투입하고 부족한 자금은 대출로 충당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체 구매 주택의 71.8%가 아파트였다.
특히 서울에서 임차로 거주하던 가구 중 82.0%는 기존 거주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했으며, 13.6%는 경기 지역으로 이동해 집을 샀다. 반면 경기 지역 임차 가구가 서울에서 주택을 사들인 비율은 2.8%에 그쳤다. 이는 서울과 경기 간 주택 구매 이동이 일방향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택 매입 가격은 가구주의 학력, 연령, 소득, 혼인 후 경과 기간, 임대보증금과 금융자산, 주택 소재지 등 다양한 요인과 관련됐다. 동일한 조건일 때 소득과 임대보증금,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더 비싼 집을 구입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내 집 마련의 출발점인 자산 수준이 가구마다 크게 다르다는 의미다.
부모 지원이 어렵고 임대보증금이나 저축액이 적은 청년과 신혼가구는 주택 구입이 늦어지거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 주택 가격 격차가 거주 지역 선택뿐 아니라 장기적인 자산 축적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 양은모 부연구위원은 "초기 자산 보유 격차가 주택시장 진입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 임차, 자가로 이어지는 자산 축적의 안정적 사다리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가구가 과도한 부채 부담 없이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단순 대출 한도 확대보다는 소득과 상환 능력에 맞춘 장기·저리 금융상품 공급, 신용보증 확대를 통해 이자와 원금 상환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 부연구위원은 무주택 가구가 지나친 빚 부담 없이 자가를 마련하고 안정적으로 주택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상품 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년과 신혼부부의 종잣돈 마련을 돕는 저축장려, 매칭펀드, 저리 주택담보대출, 구입 보조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주택 가격의 일부를 장기간 나눠 납부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과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 공급 확대도 초기 진입 부담 완화 방안으로 꼽힌다. 양 부연구위원은 "수도권 내 충분한 양질의 주택 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화와 청년·신혼부부 대상 저리 주택담보대출 및 보조금 지원, 공공주택·신혼희망타운 확대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