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이달 315억엔 환전... 여행·환테크 수요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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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800원대 선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엔화 매수 열풍이 다시 불붙었다. 여름 휴가철을 맞은 여행 수요에 향후 엔화 가치 반등을 노린 '환테크'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엔화 환전 규모가 19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7월 엔화 환전액 315억 엔… 2024년 12월 이후 최대 기록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27일 원화 대비 엔화 매도액(환전액)은 총 315억 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78억 엔 급증한 수치로, 지난 2024년 12월(322억 엔)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올해 들어 누적 엔화 매도액은 1,783억 엔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환전액(2,637억 엔)의 68%를 이미 넘어섰다.
이처럼 엔화 수요가 쏟아진 것은 원화와 엔화의 가치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례적인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89.83원까지 내려앉으며 2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3.98엔까지 치솟아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낮은 엔화 가치를 기록했다.
원화 강세·엔화 약세 왜 갈렸나… SK하이닉스 ADR·중공업 환헤지가 변수
그동안 한·일 양국은 동아시아 주요 수출국으로서 통화 가치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개선이 원화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원화 강세 배경에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조달 자금 유입, 국내 조선·중공업체의 달러 매도(환헤지) 물량 폭증,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세 한숨 돌림 등이 맞물리며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로 안정을 찾았다.
엔화 약세 배경에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된 데다, 무역적자 심화 및 해외 투자 중심의 자금 순환 구조로 인해 엔화 매수 기반이 매우 약화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엔화는 재정건전성 우려까지 겹쳐 나홀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 예금에 6,000억 몰려… 31일 일본은행(BOJ) 결정이 분수령
엔저 현상이 심화되자 '쌀 때 사두자'는 환테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9,781억 엔으로, 이달 들어서만 693억 엔(약 6,191억 원)이 대폭 불어났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환율 하단이 100엔당 850원선까지 열려 있는 만큼, 단기 차익을 노린 예금 보유보다는 여행용 현찰 확보 등 실질 수요 위주의 대응이 유리할 수 있어서다.
향후 원·엔 환율의 향방은 오는 31일 예정된 일본은행(BOJ) 통화정책결정회의에 달렸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나 통화정책 정상화 신호가 나올 경우 외환시장의 탈동조화 흐름이 다시 동조화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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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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