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화성 탐사와 재사용 우주비행체 시대를 앞두고 우주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발사체에서 '소재'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우주 소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세대 우주용 복합소재와 극한환경 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국제 학술행사가 열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 복합소재기술연구소는 오는 8월 6일 전북 완주에서 '2026 KCCI(KIST Composite Conference International)'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우주용 복합소재로 여는 K-스페이스의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비롯해 우주항공청(KASA),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KAIST, 서울대학교, 국내 우주기업 등이 대거 참여한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우주용 첨단소재의 산업화'에 있다. 우주선과 발사체는 초고온, 초저온, 진동, 방사선 등 지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한다. 특히 발사 비용의 상당 부분이 무게에 좌우되는 만큼 가볍고 강하면서도 높은 내열성을 갖춘 소재 확보는 우주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발표는 JAXA의 이시다 유이치 박사가 소개하는 차세대 폴리이미드-탄소섬유 복합재다. 이 소재는 약 365℃의 고온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발사체와 재사용 우주비행체, 초고속 항공기 등에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또 다른 일본 발표자인 KENQ의 구보타 유키 대표는 1000℃ 이상의 초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탄화규소(SiC) 섬유와 세라믹기지복합재(CMC)의 상용화 전략을 소개한다. 그는 JAXA와 IHI 에어로스페이스에서 연구와 사업화를 모두 경험한 전문가로, 첨단소재를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내 연구진도 우주용 방사선 차폐소재, 달 탐사 로버 구조체, 초저궤도(VLEO) 추진체 소재, 우주복 소재 등 다양한 기술을 발표한다. 특히 AI 기반 방사선 차폐기술과 초경량 구조체 연구는 향후 달·화성 탐사뿐 아니라 민간 우주개발 시대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우주산업 경쟁력은 '소재 기술'에서 결정된다. 최근 세계 우주산업은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한 재사용 발사체와 민간 우주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소재 기술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고내열 복합재와 세라믹 소재를 전략기술로 육성하고 있으며, 우주 강국들은 관련 공급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발사체와 위성뿐 아니라 우주용 소재 자립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KIST는 올해 초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을 출범시키며 달 탐사, 우주 모빌리티, 방사선 차폐 등 차세대 우주소재 연구를 본격화했다.
이번 KCCI는 단순한 국제 학술행사를 넘어 우리나라 우주산업 생태계가 '제조'에서 '핵심 원천기술'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사다.
향후 대한민국 우주산업 경쟁력은 발사체 개발뿐 아니라 고온 복합재, 세라믹 소재, 방사선 차폐, AI 기반 소재 설계 등 첨단 융합기술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특히 전북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우주용 복합소재 연구 생태계는 전남 고흥의 발사 인프라, 경남의 항공우주 제조기반과 연계될 경우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승자는 더 이상 로켓만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극한 환경을 견디는 소재와 이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기술 생태계를 먼저 확보하는 국가가 미래 우주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