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시장이 근본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소비는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초저가 생활용품 매장과 창고형 매장, 인플루언서 기반 SNS 커머스가 새로운 유통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와 유통업계의 변화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국내 유통산업은 지금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과거 국내 유통은 제조사와 총판, 지역 도매상, 소매점을 거쳐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다단계 구조였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편의점 확산, 온라인 쇼핑 성장, 모바일 소비 확대가 이어지면서 기존 유통망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 문제가 아니라 국내 오프라인 유통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터뷰에 참여한 유통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떠난 것이 아니라 구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소비의 무게중심은 대형마트보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소비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모바일을 통한 주문과 배송이 일상이 됐다. 이는 단순한 소비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유통 구조 전반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초저가 생활용품 전문매장의 성장도 주목할 변화다.
이들 매장은 생활용품 중심에서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전국 주요 상권에 매장을 확보할 정도로 확장세를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신규 출점 여력이 줄어드는 등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한동안 대표적인 성장 품목으로 꼽혔다. 그러나 인터뷰에서는 공급 업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판매 실적이 낮은 제품은 매대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는 특정 유통채널 의존도가 높은 제조사에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판로를 잃은 제품은 이른바 특가 판매나 재고 처리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유통 채널의 변화가 제조사의 생존 전략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약국 시장 역시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여러 약국이 공동 구매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창고형 운영 모델을 시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동네약국 중심의 운영 방식과 다른 새로운 경쟁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신규 약사의 창업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인터뷰 참여자의 분석이다.
결국 변화의 중심에는 온라인이 있다. 특히 SNS 기반 커머스는 제조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를 넘어 하나의 판매 채널이 되고 있으며, 브랜드 역시 기존 유통망보다 SNS를 활용한 직접 판매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 시장에서 먼저 나타났다. 도우인(抖音)을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와 라이브커머스가 결합한 새로운 유통 생태계가 형성됐고, 이후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됐다. 국내 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과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는 중국 국영기업과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왕홍 네트워크를 활용한 한국 제품의 B2B2C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중국 AI 모델을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판매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초저가 매장과 창고형 매장에 적합한 중국 제품을 공급하고 한국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참여하는 국내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중국 AI 활용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온라인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통산업의 변화는 특정 기업의 흥망을 넘어 소비 방식과 판매 구조, 제조사의 생존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시대가 저물고 온라인과 SNS 커머스가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기업들은 변화한 유통질서에 맞는 새로운 판로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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