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정보신문]신승철기자= 금융당국이 캐피털사의 자동차 렌탈 자산 취급 한도 완화를 추진하면서 여신전문금융업계와 렌터카업계 간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사가 국내 장기렌터카 시장의 약 44%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자동차 대여시장의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논란의 핵심은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명시된 '1대1 규제'다. 이 규정은 캐피털사의 자동차 렌탈 자산 잔액이 자동차 리스 자산 잔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즉 장기렌터카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리스 자산을 함께 늘리지 않으면 렌탈 사업 확장이 어렵게 돼 있다. 이 규제는 여신전문금융사가 본업인 리스보다 렌탈 사업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고, 중소 렌터카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캐피털업계는 장기렌터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캐피털사는 연말마다 리스 자산을 조절하거나 제휴사를 활용해 규제 비율을 맞추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현대캐피탈이 약 5000억원 규모의 장기렌터카 사업을 신한카드에 이관한 사례도 규제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장기렌터카 수요가 리스를 앞지른 상황에서 과거 기준에 맞춘 규제로 영업이 왜곡되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렌터카 시장은 자동차 구매 대신 일정 기간 빌려 쓰는 이용 방식 확산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국내 등록 렌터카 대수는 2021년 112만6191대에서 2024년 124만8131대로 늘었고, 지난해 3분기에는 129만2102대를 기록하며 4년간 약 16만대 증가했다. 장기렌터카는 취득세, 자동차세, 보험료 등이 월 대여료에 포함돼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차량 관리도 용이하다.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일반 개인 고객까지 이용층이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이에 캐피털업계는 소비자 수요가 장기렌터카 중심으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과거 리스 중심 시장 구조를 전제로 유지돼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렌터카업계는 규제 완화가 대형 금융계열사 중심의 시장 집중도를 높일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렌탈이 20.2%, SK렌터카 15.2%, 현대캐피탈 12.2%, 하나캐피탈 6.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여신전문금융사 18곳이 약 4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규제 완화 시 경쟁이 더욱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렌터카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자금 조달력의 차이다. 대형 금융계열 캐피털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중소 렌터카업체는 은행 대출 등에 의존해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여기에 카드, 보험, 캐피털을 연계한 결합 판매와 계열사 마케팅이 가능해지면 독립 중소 렌터카업체가 경쟁하기 어려워진다.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자금 조달력과 유통망을 중소 업체가 따라가기 어렵다"며 규제 완화가 시장 집중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대여시장은 단순한 차량 임대를 넘어 금융, 보험, 차량 관리 서비스가 결합된 복합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차량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현재는 자금 조달 능력과 금융 플랫폼, 고객 기반 확보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다. 캐피털사는 장기렌터카 사업을 단순 대여를 넘어 금융상품 판매와 고객 확보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 대여시장이 금융 서비스와 결합하며 산업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번 규제 논란은 새로운 시장 구조에 기존 제도의 적합성을 검토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업계 간 상생 가능한 해법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여신전문금융사는 예금 수신 기능 없이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 할부금융, 리스(시설대여) 등 여신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금융회사로 카드사와 캐피털사가 포함된다. 자금 조달 금리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사업 자금을 빌릴 때 부담하는 이자율을 의미하며, 신용도와 자본력이 뛰어난 대형 금융계열사가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