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과 저축은행이 자금을 공동으로 대출하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은 은행의 낮은 조달금리와 저축은행의 중저신용자 평가 역량을 결합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다만, 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수익과 리스크 분담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포용금융전략추진단은 은행과 저축은행이 대출금액을 나눠 부담하는 공동대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은 낮은 금리로 일부 자금을 공급하고 저축은행은 부족한 한도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에 제약이 크고,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자금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양 업권이 역할을 분담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을 늘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분기 기준 은행권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1조507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저축은행권은 1조6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조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공급 축소가 이어지면서 은행과 저축은행 간 협업을 통한 공동대출 모델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간 공동대출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은행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운영하는 '함께대출'을 비롯해 카카오뱅크-전북은행, 케이뱅크-부산은행 등도 공동대출을 시행 중이다. 최근 토스뱅크는 현대캐피탈과 협력하는 공동대출 모델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하며 대상 금융사를 넓히고 있다.
공동대출이 도입되면 차주가 은행과 저축은행을 개별적으로 방문해 필요한 금액을 나누어 신청해야 했던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공동대출은 공급자가 처음부터 필요한 자금을 설계해 한번에 제공하기 때문에 금융 접근성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또한 상품 다양화로 소비자가 신청 기회를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동대출이 실질적인 금리 단층 해소에 기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과 저축은행은 고객층과 영업 방식, 수익 구조가 달라 공동대출 실행 시 이익 분배와 부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 10%대 금리를 부담하던 차주가 공동대출 도입으로 5~6% 수준으로 금리가 내려가기는 어렵다"며 "차주군이 업권별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동대출 상품의 구체적인 구조와 운영 방식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급 규모나 수요 예측도 불확실하다.
한편, 당국은 공동대출 외에도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를 위해 위험가중치 조정,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과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개선 등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가 포용금융 실적을 내는 데 부담을 줄이고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 확대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강화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가계 안정에 중요한 과제로 평가된다. 특히 금융 소외 계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방과 중소도시에서 중금리대출 확대와 금융 서비스 접근성 개선은 서민 금융 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공동대출 모델이 실질적으로 차주에게 저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금융시장 전반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업권 간 협력 체계 구축과 명확한 수익·리스크 분담 방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향후 금융당국과 업권 간 협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