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한 정부 최초의 실증·구매 프로젝트가 최근 열린 공무원 특별성과 정기포상 정책평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사업은 기술 개발 단계에 머물던 스타트업 제품을 공공기관이 직접 실증하고, 구매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정책 모델이다.
AI(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들은 연구개발(R&D)에서 성과를 내도 첫 구매 고객을 찾지 못해 사업화가 어렵다는 문제를 오랫동안 호소해 왔다. 현장에서는 기술 검증 기회 부족과 실증 이후 구매까지 이어지기 힘든 구조가 시장 진입을 막는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해외 진출 시에도 공공기관 납품 실적과 실증 사례가 없으면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가 많았다.
공공기관 역시 혁신기술 도입에 관심은 있었지만 실증 비용 부담과 내부 감사 절차 등 복잡한 행정 문제로 적극적인 구매가 쉽지 않았다. 실증 제품을 구매로 연결하는 제도적 기반도 부족해 실증과 구매가 분리된 채 운영됐다.
중기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X(인공지능 전환)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 직후 실증·구매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실무진은 창업진흥원, 조달청, 경찰청, 소방청, 국가유산청, 해양경찰청 등 여러 기관을 직접 방문하며 실증 수요를 발굴했다. 수개월간 제도 개선과 역할 분담에 대한 협의를 거쳐 올해 4월 국무회의에서 사업이 공식 발표됐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에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R&D, 공공실증, 혁신제품 지정, 조달청 시범구매, 해외실증 과정을 하나의 전주기 지원 체계로 통합했다. 정부가 스타트업의 ‘첫 고객’이 되어 기술을 검증하고 구매 실적을 만든 뒤, 민간과 해외 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첫 실증 무대는 로봇 분야로, 경찰청과 국가유산청, 해양경찰청,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육군 등 5개 기관이 참여했다. 31개 스타트업이 공모에 참여해 13개 기업이 최종 선정됐다. 경찰청은 산악 구조용 사족보행 로봇과 수상 드론 로봇 실증을 진행하며,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 관리에 첨단기술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해양경찰청은 해양 환경에서 신기술 실증을, 육군은 군 작전 환경에서 기술 시험을 예정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고도 실증 실적 부족으로 구매가 어려웠던 스타트업들이 정부를 첫 고객으로 확보하며 공공 레퍼런스를 쌓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 점이 눈에 띈다.
프로젝트는 스마트시티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사업에는 기상청,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시 등 16개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가 참여해 28개 실증과제를 선정했다. 기상청은 재난 대비 지하주차장 자동제어 AI 시스템을, 한국도로공사는 터널과 지하공간 건설안전용 스마트 중계 로봇을 시험한다. LH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수어 기반 AI 시스템 실증을, 주택관리공단은 노후 공동주택 화재 조기 감지 자율드론 실증을 추진한다.
중기부는 올해 실증기업 40곳과 공공기관 10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실증기업 300곳, 참여 공공기관 70곳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관계기관 협업으로 현장의 애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초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도를 보완하며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스타트업의 첫 고객으로서 공공시장 진입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과 해외시장 성장까지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사업화하는 데 필수적인 공공 실증과 구매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