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저도 소리가 났어요!"
초등학교 음악실에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환호성. 손에 든 단소에서 처음으로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교실 전체가 웃음꽃으로 물든다. 이 광경의 중심에는 한국생활국악협회 김웅 협회장이 있다.
제작자의 눈으로 본 교육 현장
김웅 협회장은 매년 문화예술교육사(강사)로 초등학교를 찾아 단소와 소금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다. 직접 악기를 제작하고, 연주하며, 가르치는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악기를 직접 만들어보니 왜 아이들이 소리 내기 어려워하는지 알게 됐어요.
취구의 각도, 지공의 간격, 재질의 특성까지. 제작자의 시선으로 보면 해결책이 보입니다."
그의 수업은 일반적인 국악 수업과 다르다.
악기의 원리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아이들 손에 맞는 자세를 잡아주며, 무엇보다 첫 시간에 소리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수업에 소리 내야 흥미가 생깁니다"
국악 교육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포기'다. 단소는 학교 음악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수업을 마친다. 결과는 "국악은 어렵다"는 인식만 남기는 것.
김웅 협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리코더는 불면 바로 소리가 나잖아요. 단소도 그래야 합니다. 첫 시간에 소리를 내야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겨요. 그 자신감이 국악을 좋아하게 만드는 시작입니다."
그는 직접 제작한 악기의 특성을 활용해 초보자도 쉽게 소리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취구에 바람을 넣는 각도, 입술의 모양, 호흡의 세기까지 세심하게 지도하며,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공 경험을 만들어낸다.


직접 만든 악기를 아이들에게 선물하다
김웅 협회장의 교육은 수업 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해마다 직접 제작하고 개발한 단소와 소금을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교육 현장의 경험이 녹아든 특별한 악기다.
"아이들이 집에서도 연습할 수 있어야 실력이 늘어요. 그런데 좋은 악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죠. 제가 만든 악기라면 아이들 손에 맞고, 소리도 잘 나니까요. 선물로 주면 아이들 눈이 정말 반짝여요."
그가 선물하는 악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제작자가 교육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량한 악기이며, 아이들이 국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수업이 끝나도 이어지는 인연, 산내들아트갤러리
더욱 특별한 것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아이들과의 인연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김웅 협회장이 운영하는 산내들아트갤러리에는 종종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온다. 바로 학교에서 만났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 학부모의 손을 잡고 갤러리를 찾은 아이의 말에 김웅 협회장은 환하게 웃는다. 그는 이렇게 찾아오는 학생들에게도 작은 선물을 전달하며 따뜻한 만남을 이어간다.
"수업 시간에 잠깐 만난 인연인데, 일부러 찾아와 주는 게 너무 고맙죠. 아이들이 국악을 계속 기억하고 좋아해준다는 뜻이니까요.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면서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요."
산내들아트갤러리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김웅 협회장이 제작한 악기들을 만나볼 수 있고, 국악에 관심 있는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학교 수업에서 시작된 인연이 갤러리에서 다시 이어지며, 아이들에게 국악은 '한 번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닌 삶 속에 스며드는 경험이 된다.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김웅 선생님 수업 후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도 단소를 불고 있어서 놀랐다"며 "국악이 이렇게 인기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선생님께 받은 단소를 보물처럼 아끼며 매일 연습한다"며 "직접 갤러리에 찾아가 인사드렸는데, 아이에게 또 선물을 주셔서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악기 제작과 교육의 융합, 새로운 국악 교육 모델
김웅 협회장은 현재 한국생활국악협회를 이끌며,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가 직접 제작한 대금, 소금, 퉁소, 훈 등의 관악기는 교육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좋은 악기가 좋은 교육을 만듭니다. 저는 제작자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맞는 악기를 만들 수 있고, 교육자이기 때문에 어떤 악기가 필요한지 압니다. 이 두 가지가 만나면 아이들이 국악을 포기하지 않아요."
"국악, 어렵지 않아요"
김웅 협회장의 꿈은 단순하다. 더 많은 아이들이 우리 소리를 경험하는 것.
"처음 소리를 냈을 때 아이들 눈이 반짝이는 걸 보면, 이 일을 왜 하는지 다시 깨닫게 됩니다.
국악은 어렵지 않아요. 제대로 된 악기와 제대로 된 교육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그는 어김없이 초등학교 음악실에 선다.
아이들의 손에 직접 만든 악기를 쥐어주고, 첫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을 함께 만들기 위해.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산내들아트갤러리에서 다시 만날 인연을 기다리며.

한국생활국악협회 소개
한국생활국악협회는 국악의 생활화와 대중화를 목표로 교육, 공연, 악기 제작, 지도자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웅 협회장이 직접 제작한 관악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과 자격증 과정을 준비중이며, 누구나 쉽게 우리 소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