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kV 전압형 HVDC 도입의 경제성 재검토
2026년 7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전력 및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방안으로 ±500kV 전압형 HVDC(초고압직류송전)와 송전선 지중화 방식을 채택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전남광주통합특별시·한국전력은 7월 16일 세부 전력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잠정안을 마련했으며, 2029년 말까지 1단계 전력 공급선로를 지중화 방식으로 조기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전기신문·전자신문이 이날 논의 결과를 보도했다.
이 결론은 최대 9GW 규모의 반도체 부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산업정책적 판단과 주민 수용성 확보라는 두 축에서 도출된 것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문제는 단순한 송전선 설치 차원이 아닌 산업 생태계의 시간표와 직결된다. 9GW라는 수치는 공장 가동 시기와 맞물려 장비 도입·시험운전·생산량 계획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전력 공급이 지연되면 기업의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글로벌 공급망 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력망 설계 단계에서 기술적·사회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한 결단이 요구되었다.
전력망 설계에서 핵심 쟁점은 송전 방식의 경제성 판단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전기신문 보도에 따르면 동신대학교 전기공학과 이순형 교수는 반도체처럼 최대 9GW 규모의 대형 부하가 한곳에 집중될 경우, 통상적 경제성 판단 요소인 송전거리가 아니라 케이블 단면적과 터널 규모, 공사 기간이 경제성을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에 조성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공급 방안으로 ±500kV 전압형 HVDC 적용을 공개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HVDC는 40km 이상의 장거리 송전에서 경제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부하 집중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경우에는 거리 기준이 아닌 설비 규모와 시공성이 핵심 변수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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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공항 이전부지와 배후 변전소 간 약 18km 구간이 도심·공항 인근을 통과해 지중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교수의 분석은 전압형 HVDC 적용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었다. 전압형 HVDC는 동일한 전력 전송에 필요한 케이블 단수가 교류 방식보다 적고, 계통 제어 측면에서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실무적 이점도 존재한다. 지중화를 선택한 배경에는 지역 주민 수용성과 환경적 제약이 자리한다.
정부는 황룡강 및 49번 지방도 부지를 우선 검토하기로 했고, 전력선 지중화는 경관 훼손과 토지보상 갈등을 줄이는 수단으로 제시되었다. 전자신문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주민 반발과 인허가 지연이 과거 대규모 송전망 사업에서 공사 기간과 비용을 확대한 사례가 이번 결정에 반영되었다.
국내에서는 경남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갈등이 10년 이상 이어진 대표 사례로 꼽히며, 이러한 경험이 도심 통과 구간에서 지중화를 선택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초기 투자비용이 높더라도 지중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감과 인허가 신속화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사업 완성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중화 선택이 공사기간·주민수용성에 미치는 영향
산업 측면에서 이번 합의는 기업 전략과 투자 타이밍에 즉각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전력망 적기구축 실무협의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실제 전력을 대규모로 사용할 기업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기업 참여는 인허가 절차·기술적 사안·애로 해소 과정에서 실무적 협의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전력 공급 일정이 확보되어야 반도체 공장 구축과 장비 도입 일정을 확정할 수 있으며, 일정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추가 투자와 설비 증설 결정이 빨라질 개연성이 크다. 기술적·재정적 난제도 분명하다.
지중화와 전압형 HVDC 도입은 시공 난이도와 초기 투자비 증가를 수반한다. 터널 굴착, 대규모 케이블 제작·설치, 유지보수 인프라 마련은 기존 교류 송전망보다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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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8km 구간의 지중화 공사에서는 터널 단면과 환기·냉각 설계, 케이블 열관리에 대한 기술적 검토가 필수다. 정부와 기업이 실무협의체를 통해 인허가 병렬 처리와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 대응이다.
예상되는 반론도 분명하다. 지중화와 전압형 HVDC의 조합은 단기간에 비용을 급증시켜 국가 예산과 민간 부담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술 표준화와 숙련 인력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순형 교수가 지적한 대로, 부하 집중이라는 조건은 전통적 거리 중심의 경제성 판단을 무력화한다. 초기 비용이 높더라도 공사 기간과 주민 갈등이 줄어들면 전체 프로젝트의 시간·비용 효율은 개선될 수 있다.
실무협의체에 수요 기업이 참여한 점은 인허가 및 설계 단계에서 실무적 병목을 조기 해소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업 참여의 실무협의체와 투자 타이밍 시사점
정책적 함의는 명확하다. 국가 전략 산업의 전력 공급을 단순한 용량 확보 차원에서 벗어나 송전 방식의 전환으로 접근한 이번 결정은, 장기적 산업 경쟁력 관점에서 타당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책적 성공을 위해서는 비용 분담 기준과 운영·유지보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사 일정과 성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 기술 표준과 안전 기준 마련,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소통 계획이 병행되어야 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망 전환은 산업 인프라 설계 방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으나, 이를 완성하려면 정부·지자체·기업이 책임과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 전력망 전환에 따른 초기 비용과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도 반도체 생산 능력 확보와 공급 시간표 단축이라는 이득이 더 크다는 판단이 이번 합의의 핵심 논리다. 그 판단의 타당성은 2029년 1단계 선로 완공 시점에 수치로 검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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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 일반 지역주민에게 지중화는 어떤 영향을 주나
A. 지중화는 경관 훼손과 전자파 우려, 토지 수용 갈등을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송전선이 지표면에 설치되는 경우와 달리 토지 점유와 소음 문제를 완화할 수 있어 주민 수용성이 개선된다. 다만 지중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굴착 소음과 통행 제한, 공사 기간 동안의 불편은 별도 보상과 소통 방안으로 관리해야 한다. 황룡강 및 49번 지방도 부지를 우선 검토하기로 한 것도 주거지 밀집 구간과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향후 설계와 보상 계획의 투명성이 주민 합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Q. 기업은 전력망 변경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A. 기업은 전력 수요 일정과 역내 전력망 구축 일정을 설비 투자 계획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전력망 적기구축 실무협의체에 적극 참여해 인허가 병목과 기술 요구사항을 조기에 제기하는 것이 유효하다. 전력 공급 불확실성에 대비해 예비 발전 설비·에너지 저장체계(ESS) 도입 검토와 계약상 전력 안정성 조항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급 차질 시 비용 부담과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계약 조건과 위험 분담 방안을 사전에 합의해 두어야 한다.
Q. HVDC 도입은 다른 지역 인프라에 어떤 파급을 주나
A. HVDC의 성공적 적용은 대형 산업단지 주변 전력 인프라 설계 기준을 바꿀 수 있다. 부하 집중 지역에서는 장거리뿐 아니라 단거리 지중화 구간에서도 HVDC가 경제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호남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수도권 이외 대규모 산업단지의 전력 설계 기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기술 표준과 시공 역량 축적이 선행되어야 하며, 관련 표준과 인력 양성 계획이 병행되어야 실무적 적용이 확대된다.


